[20261019]생명콩_2026-107호_공장에서 만든 인체 혈관_조직공학 혈관(ATEV)의 투석 접근로 임상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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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호식 작성일26-10-03 12:18 조회50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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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혈관이 온다
공장에서 만든 인체 혈관 – 조직공학 혈관(ATEV)의 투석 접근로 임상 결과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신장내과 · 고신의대 장기이식연구소 신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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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기억할 내용 3가지 1. 조직공학 혈관(acellular tissue engineered vessel, ATEV)은 기증받은 사람의 혈관 세포를 약 두 달 동안 키워 관 모양으로 만든 뒤, 세포를 모두 씻어 내고 튼튼한 뼈대만 남긴 ‘사람 혈관’입니다.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습니다. 2. 미국 3상 임상시험에서 이 혈관은 내 혈관으로 만든 동정맥루(arteriovenous fistula, AVF)보다 투석에 더 빨리, 더 오래 쓰였고, 특히 여성·비만·당뇨병 환자에서 차이가 컸습니다. 다만 혈전(thrombosis)으로 막히는 일이 더 잦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3. 2026년 9월 현재 투석용 ATEV는 미국에서도 허가 신청 준비 단계이며 국내에서는 쓸 수 없습니다. 지금 가장 확실한 길은 내 혈관을 아끼고, 투석 시작 전에 미리 혈관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
1. 들어가며: 팔 위의 생명줄
혈액투석을 받는 분의 팔에는 손끝을 대면 ‘쉬익’ 하고 떨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동맥과 정맥을 이어 만든 이 통로, 곧 투석 혈관 통로(vascular access)를 통해 1분에 200~300 mL의 피가 투석기로 나갔다가 깨끗해져 돌아옵니다. 그래서 투석 환자와 의료진은 이 통로를 ‘생명줄’이라 부릅니다.
생명줄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내 동맥과 정맥을 직접 잇는 동정맥루(AVF), 그 사이에 합성 관을 끼우는 인조혈관(arteriovenous graft, AVG), 목이나 가슴의 큰 정맥에 넣는 투석 도관(dialysis catheter)입니다. 이 가운데 오래 가고 감염이 적은 동정맥루가 가장 좋은 길로 꼽힙니다. 문제는 이 ‘가장 좋은 길’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지는 않다는 데 있습니다.
2. 왜 새로운 혈관이 필요할까요
동정맥루는 만든 뒤 정맥이 굵고 튼튼해지는 성숙(maturation) 과정을 거쳐야 쓸 수 있고, 보통 두세 달 이상 걸립니다. 그런데 혈관이 가는 여성, 당뇨병이나 비만이 있는 분, 고령자에서는 끝내 자라지 못하는 성숙 실패(maturation failure)가 흔합니다. 그동안에는 도관으로 투석할 수밖에 없는데, 도관은 몸 밖과 혈관을 잇는 통로라 혈류감염(bloodstream infection)과 중심정맥 협착(central vein stenosis)의 위험이 큽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국내 등록 자료에서 혈액투석 환자의 약 76%가 동정맥루, 16%가 인조혈관을 쓰고 있었지만, 건강보험 자료를 보면 처음 투석을 터널형 투석 도관(tunneled dialysis catheter)으로 시작한 환자의 비율이 2008년 18.4%에서 2016년 52.3%로 크게 늘었습니다. 그리고 도관이나 인조혈관으로 시작한 환자는 동정맥루로 시작한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높았습니다. 합성 인조혈관은 금방 쓸 수 있지만 몸이 끝까지 ‘남’으로 여겨 협착과 감염이 잦습니다. 의사들이 오랫동안 바라 온 것은 ‘당장 쓸 수 있으면서도 내 혈관처럼 몸에 녹아드는 혈관’이었습니다.
3. 공장에서 사람 혈관을 만드는 방법
조직공학(tissue engineering)으로 만든 ATEV는 바로 이 바람에서 출발했습니다. 먼저 조직 기증자에게서 얻은 혈관 평활근세포(vascular smooth muscle cell)를 늘려, 몸속에서 저절로 녹아 없어지는 생분해성 뼈대(biodegradable scaffold) 위에 뿌립니다. 이것을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으로 늘였다 줄였다 하는 생물반응기(bioreactor)에서 약 8주 동안 키우면, 세포가 콜라겐 같은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을 스스로 만들어 질긴 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세포를 모두 씻어 내는 탈세포화(decellularization)를 거치면, 살아 있는 세포는 없고 혈관의 뼈대만 남은 지름 6 mm의 관이 완성됩니다.
세포가 없으니 받는 사람과 조직형을 맞출 필요가 없고 면역거부반응(immune rejection)도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병원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수술실에서 바로 꺼내 쓸 수 있고, 2026년 9월에는 보관 가능 기간이 36개월로 늘어났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식한 뒤의 변화입니다. 이 혈관을 이식받은 환자의 조직을 분석하자,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 자신의 세포가 뼈대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 재세포화(recellularization)가 관찰되었습니다. 빈집에 주인이 들어와 살면서 ‘내 집’이 되어 가는 셈입니다. 이 혈관은 2024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팔다리 혈관 외상(extremity vascular trauma) 치료용 ‘심베스(Symvess)’로 처음 허가를 받았습니다.
4. 투석 환자에게서 확인된 임상 결과
2016년 발표된 2상 시험(60명)에서 이미 감염이 드물고 대부분 1년 넘게 투석에 쓸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정적인 근거는 3상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인 V007 연구입니다. 미국 31개 병원에서 말기콩팥병(end-stage kidney disease) 환자 242명을 무작위로 나누어 ATEV 또는 동정맥루를 만들고 2년간 지켜보았습니다. 실제로 투석에 쓸 수 있었던 비율인 6개월 기능적 개존율(functional patency)은 ATEV 81.3%, 동정맥루 66.4%였고, 시술을 받아서라도 피가 흐르는 비율인 12개월 2차 개존율(secondary patency)도 68.3%와 62.2%로 ATEV가 앞섰습니다. 이 결과는 2026년 8월 「랜싯 디지털 헬스(The Lancet Digital Health)」에 정식 논문으로 실렸습니다.
차이는 동정맥루가 잘 자라지 않는 분들에게서 더 뚜렷했습니다. 여성, 그리고 당뇨병과 비만이 함께 있는 남성 110명을 따로 보았더니 6개월 기능적 개존율이 78.9% 대 47.6%였습니다. 2년 결과에서도 여성 환자는 ATEV를 평균 15.8개월, 동정맥루를 10.0개월 투석에 사용해 차이가 이어졌습니다.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3상 시험인 V012 연구의 중간 분석(먼저 등록한 80명, 1년 추적)은 2026년 6월 발표되었습니다. ATEV를 받은 여성은 1년 중 도관 없이 지낸 날, 곧 무도관 기간(catheter-free days)이 평균 220일로 동정맥루군 129일보다 약 석 달 길었고, 투석 혈관 감염은 100인년당 6건 대 23건으로 적었습니다. 목표를 조기에 달성해 등록이 마감되었고, 개발사는 2026년 하반기에 투석용 추가 허가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주요 임상 결과 한눈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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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와 대상 |
평가 항목 |
ATEV |
동정맥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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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007 전체 242명 |
6개월 기능적 개존율 |
81.3% |
6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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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007 고위험군 110명(여성, 당뇨·비만 남성) |
6개월 기능적 개존율 |
78.9% |
4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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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007 여성 70명 |
2년간 평균 사용 기간 |
15.8개월 |
10.0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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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012 여성 80명(중간 분석) |
1년 중 무도관 기간 |
220일 |
129일 |
자료: V007·V012 3상 임상시험 발표 및 논문(2024~2026). 수치는 연구마다 정의가 조금씩 다르므로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5. 기대와 함께 알아 두어야 할 점
좋은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V007에서 혈전으로 막힌 적이 있는 환자는 ATEV군 52.1%, 동정맥루군 9.1%로 ATEV에서 훨씬 많았습니다. 대부분(94%)은 혈관 시술로 다시 뚫었지만, 그만큼 병원을 더 자주 찾아야 할 수 있습니다. 협착(stenosis)과 가성동맥류(pseudoaneurysm)도 보고되었습니다. 또 V007은 손목 가까이에 좋은 동정맥루를 만들 수 있는 환자를 처음부터 제외했습니다. 따라서 이 혈관은 동정맥루를 대신하는 ‘모두의 첫 선택’이 아니라, 동정맥루가 잘 안 될 분을 위한 ‘또 하나의 길’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연구 대부분이 개발사 후원으로 미국에서 진행되어, 한국 환자에서의 성적과 비용,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요? 콩팥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면 투석 시작 몇 달 전에 미리 혈관을 준비하고, 혈관을 만들 팔에서는 채혈이나 정맥주사, 혈압 측정을 피해 ‘내 혈관을 아끼는 것’입니다. 이미 투석 중이라면 매일 손으로 혈관의 떨림(thrill)을 확인하고, 떨림이 약해지거나 팔이 붓고 아프면 곧바로 투석실에 알려야 합니다.
6. 기독교적 관점: 광야에 길을 내시는 분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 반드시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 (이사야 43:19)
혈관이 가늘어 길이 나지 않는 팔은 어떤 투석 환자에게는 광야와 같습니다. 그 광야에 새 길이 열리기까지 이름 모를 기증자의 세포, 수십 년 실패를 견딘 연구자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의 용기가 함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나눈 작은 조직이 세포를 씻어 낸 뒤에도 여러 사람의 생명줄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나눔이 생명을 잇는다는 오래된 진리를 새롭게 보여 줍니다.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음이라”(레위기 17:11)는 말씀처럼 피가 흐르는 길을 지키는 일은 곧 생명을 지키는 일입니다. 새 기술을 기다리는 마음과 함께, 오늘 내게 주어진 혈관을 감사함으로 아끼는 하루하루가 더 긴 생명의 길을 만듭니다.
7. 나가며
ATEV는 아직 완성된 답이라기보다 좋은 답에 가까워지고 있는 질문입니다. 막힘을 줄이는 방법, 우리나라 환자에게도 잘 맞는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 더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혈관’이라는 오랜 꿈이 실제 환자 곁으로 다가왔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오늘도 팔의 떨림으로 하루를 확인하는 모든 투석 환자분께 이 소식이 작은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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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이 글은 최근 발표된 국내외 자료를 바탕으로, 일반 독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전문 용어를 최소화하여 작성했습니다. 의학적 판단은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궁금한 점은 주치의(신장내과전문의, 투석 전문의 등)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



